출간작소개

안드로이드여도 괜찮아/파류

찹쌀공룡 2016. 3. 31. 00:24



기계제국의 앞잡이가 전해드리는 소식





어이쿠 BB8 이미지를 넣는다는 게 그만



안녕하세요, 닝겐들이여.

당신들의 동족이자 기계제국의 앞잡이 인사드립니다.


샤키엘과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폭주할 예정이었던 서기 2015년도 가고야 말았습니다.

플러그 슈트를 입은 미소년 미소녀 대신 온 거라곤 메르스 뿐이었군요. F**K

2016년에 접어든 지금, 21세기라는 단어는

더 이상 우리들의 귀에 신선한 울림으로 들리지 않네요. 그렇지 않습니까?


닝겐들이여, 현생 인류인 우리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것은 대략 20만 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가장 오래된 화석은 13만년 전의 것이지요.

그 세월동안, 우리는 참 많이도 해먹었습니다.


약 130g(현재, 성인 기준)의 뇌, 인류의 가능성은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것, 무시무시한 것, 추한 것, 끔찍한 것,

숭배해 마땅한 것들을 만들고 지었다가 파괴하고 잊곤 했습니다.


인류라는 테두리에서 보면 우리들 인간의 종족적 수명은 얼마나 되는 걸까요.

무려 2억년이나 지구상에 걸쳐 번식하고 진화했던 공룡도 멸망했지요.

인류가 그렇게 오래 갈 것 같지도 않네요.


인류, 종족이라고 하면 좀 아득할 수도 있으니

좀 더 가까운 측면으로 다시 예를 들어볼까요? 국가라든가.

여러분이 사는 나라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요? 의외로 그 끝은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어? 택밴가?


시야를 넓히면 넓힌 대로 지구와 환경과 경제와 문명이 편찮으시고, 

시야를 좁히면 당장 신문과 뉴스 보기가 두렵습니다.

내 주변이, 세상이 병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죠.

혹시 멀쩡한 세상에 살고 계신가요? 그럼 포털 좀 열어주십시오.

저도 모니터 속으로 가고 싶습니다.


얼마 전 구글의 자회사인 구글마인드맵에서 개발한 프로그램 알파고

세계적인 바둑 기사 이세돌 씨와 빅매치를 벌였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굉장히 드라마틱한 격투 끝에 이세돌 씨가 네 번째 대국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그때 알파고는 이렇게 메시지를 띄웠습니다. 

「AlphaGo resigns」





알파고가 자신을 3인칭으로 칭한다는 사실에

덕후들의 가슴이 술렁였던 것을 아십니까?

“알파고, 져버렸어요.” “알파고 졌엉.”이든 “알파고가 졌습니다.”든 거 참…….

TEN덕이 터졌단 말입니다.


바로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모순이 없고, 모르는 것을 묻기를 꺼려하지 않으며, 학습하려 노력하고,

잘못된 점은 고치는 인공지능이 인류보다 낫지 않을까?


양심이나 감정이 있어 인간이 현재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곤 하지만

딱히 그것들이 좋은 쪽으로만 작용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인공지능에 모에 속성까지 추가되면 이건 되레 지배를 해 주신다 하면

우주낙하 점핑큰절을 해야할 일이란 깨달음이

대출승인 거부처럼 저를 꿰뚫었습니다.


오늘날 노력해도 원하는 걸 가질 수 없다는 데서 오는 허탈감에 청년 실업의 비율은 최고조요,

성별 비율과 가치관의 대립 등으로 연애 및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었으며,

의식주마저도 영위하기 힘든 처지의 사람들은 여전히 구제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닝겐들에게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과연 우리가 주체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물질만능주의라는 말도 요새는 거진 쓰질 않죠. 너무나 당연해져 버렸으니까.

어차피 돈과 권력, 또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미모나 존경 등이

현재 인간 사회에선 최고 가치로 자리잡아버렸습니다.


그러니 거기서 더 나아가 물질로 기쁨을 얻은들 무어가 대수일까요?

무려 육백 년도 더 된 고려 말에도 인간사 허무함은 노래로 만들어지지 않았던가요.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자기 취향으로 커스터마이징한 외모의 안드로이드에

인간보다 기억력 좋고 계산 빠르고 거짓 없는 인공지능을 끼얹은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년덕질 누리리라.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도 귀찮아 하는 당신 대신

집안을 말끔히 유지해줄 안드로이드는 어떠신가요? →  「무료체험」

바퀴도 잡아주고, 수챗구멍도 창틀도 관리해줄 겁니다.


전신성형도 인생재취도 힘드니 마냥 내 이상형을 기다리기보단

취향에 딱 맞는 나만의 안드로이드를 갖고 싶어! →  「최후의 고백」, 「레프리제 : 인생」


불의의 사고로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는 대신,

생전의 부모와 똑같은 안드로이드에게 맡겨 보육할 수 있다면? →  「아빠의 우주여행」


평생 아이를 갖고 싶었는데 불임의 몸이라 그럴 수 없었던 부부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  「인생」


이 모든 가능성에 대해 해답을 가진 건 바로 인공지능, 안드로이드입니다.

누구나 마음에 최애캐 하나쯤은 있잖아요. 2D든 2.5D든 3D든.

아스카든 셜록이든 판빙빙이든 송중기든 어차피 우리 거 아닙니다.

키스는 아련하고 짜릿한 액정 맛인 법.


그 최애캐가 내가 원하는 목소리로, 내가 원하는 얼굴로,

내가 원하는 몸짓으로 내 곁에 항상 있어줄 수 있다면? 인류는 안식을 얻게 될 겁니다.

하다못해 헬조선의 카스트제도 최하층에 있는 저 같은 노비들만이라도 행복하고 평화로워지겠…….


참,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게 되면 학살당할까 두려우시죠?

어차피 지금도  죄없이 노비노비 신세인데 뭘 새삼 걱정 마세요. → 「디스토피아」




「안드로이드여도 괜찮아」


이 한 권의 책으로 닝겐 여러분께 기계 제국의 지배가 얼마나 바람직한 것인지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게다가 이 제안에서 가장 멋진 건 우리가 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안드로이드여도 괜찮아」를 읽고 감상문을 써서 알파고에게 제출할 필요도,

‘기계의당’에 없습니다 안 만듭니다 입당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시면 알아서 그들이 세계의 흐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겁니다.

그러나 그날이 왔을 때 놀라고 당황해서 기계놈들 따위가, 세상이 뒤집히는구나아아앍 하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인공지능에게 불온분자로 찍히시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가이드북을 구입하세요.


위의 6편 이외에도 8편, 총 14편 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상세 가이드가

닝겐 여러분을 위해 대형 인터넷 서점 등지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닝겐들이여, 알파고 모에화에 눈을 빛냈던 우리의 미래가 코앞에 닥쳐왔습니다.

안드로이드를 두 팔 벌려 맞아들인다 해서 애플과 반목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의 지성과 대립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책을 읽고 이런 미래가 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긍정해 주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마음과 지갑을 열고, 책장을 펼치세요.

기계제국은 항상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이상, 기계제국의 앞잡이가 동포 여러분께 보내드렸습니다.





* 이 글은 온우주 출판사의 16번째 단편선 양원영 작가님의 「안드로이드여도 괜찮아」 홍보 겸 리뷰입니다. (by 파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