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4호 소식지

이 달의 작가 : <마음의 지배자> 김현중 작가 인터뷰 ( 인터뷰 | 라키난 )

온우주출판사 2014. 3. 11. 14:47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책이 나온 소감은 어떤가요?

실감이 잘 안 나요. 다른 작가들과의 단편집이 나왔을 때는 친구들이 사인해달라고 그러면 내 책은 아니니까 내 책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는데, 이제 정말로 책이 나왔잖아요. 그럼 사인해서 줘야 하나.


섬이나 사투리 등의 요소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제가 시골에서 자라서 그래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걸 쓰고 싶고요. 고향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똑같이 시골에서 자라도 인식을 안 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묘생만경」에 나오듯 동물 기르는 데 계속 실패해야 아는 것도 있고요. 시골이라는 공간 자체가 도시보다는 한 꺼풀 벗겨진, 소설 쓰기에 좋은 배경이에요. 더 적나라한 삶의 이야기가 드러나니까요.


소설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특이한 매력이 있어요. 중편이나 장편도 가능할 소재를 단편으로 써내는 능력이 있고요. 서사를 일일이 설명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빈 공간을 남겨두잖아요.

제가 영화 시나리오를 써서 그런가 봐요. 소설은 「그의 지구 정복……」이 처음이었어요. 소설을 쓰겠단 생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쓰고 싶은 게 무슨 문학 작품은 아닌 거예요. 전업 작가가 된다는 것도 두려웠고요.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먹고살 수 있는 장이 형성된 것 같아요. 다행히 제가 쓰려는 이야기가 시나리오에서 통할 수 있는 소재기도 하고요. 

한참 시나리오 쓰면서 이리저리 치이고 하다가, 배명훈 님 소설을 보고 “내가 쓰려고 했던 게 딱 이건데!” 하고 쓰기 시작했어요. 예전에 팬덤에서 국내에서는 SF를 쓸 수 없다는 논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배명훈 님은 그런 거 아랑곳 않고 너무 자유롭게 재미있게 쓰시더라고요.


시나리오와 소설을 같이 쓰면서 힘든 점은 없었어요?

처음에는, 어차피 글 쓰고 있었으니까 소설도 잘 쓸 거라고 생각했던 게 있어요. 시간이 지나니 오히려 시나리오를 썼던 것 때문에 발목을 잡혔구나 싶어요. 시나리오는 문장을 다루는 글이 아니거든요. 한글보다 영어 문장처럼 쓴 걸 더 좋아할 때도 있고. 공동작업이고 많이 두들겨 맞게 되고요. 소설은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쓰면 끝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나쁜 점도, 좋은 점도 있고.

그리고 제가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여주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상업적인 시나리오 쓰기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뱀과 소녀」는 그걸 의식하면서 피해서 썼던 글이에요. 그래서 좋아해요.


초능력과 외계인을 좋아한다는 언급이 나오잖아요.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나요?

다들 좋아하는 거 아닌가요. (웃음) 너무 오래전이라 어떻게 좋아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누구나 어릴 때 판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를테면 관상, 점, 사주, 이런 게 우리나라의 판타지잖아요. 저도 초능력이나 외계인을 제 판타지로 좋아했던 것 같아요.

원래 장르 소설을 쓸 생각은 없었어요. ‘순문학’을 쓰고 싶지 않았던 이유와 똑같이, 정해진 틀에 들어간다는 게 제가 소설을 쓰는 목적과도 반하는 거였고요. 그냥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소설을 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쓰다보니 그냥 이러고 있더라고요. 아마 저처럼 생각하는 작가들이 웹진 거울에도 많을 거예요. 자기 색깔을 갖고 쓰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걸 장르로 재단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다음에 쓸 거요.


어디서 많이 듣던 대답인데요. (웃음) 그럼 다음 글은 어떤 건가요.

우화인데 다 읽고 나면 “아, 이걸 이야기하려는 거였구나” 싶은 것. 가제는 「기차역에서」인데, 제목 짓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내년 초쯤 3D 애니메이션이 개봉해요. 가제는 <히어로즈>고, 서유기 속 캐릭터들이 미래에 나타나는 이야기예요. 사실 전 그다음 작품을 더 기대하고 있는데요. 사막여우가 주인공인 <더 슬로우>예요. 사막여우는 빠릿빠릿하고 잘 돌아다니잖아요. 그런데 걔가 거북이, 달팽이, 나무늘보를 데리고 아마존에서 미국으로, 그것도 매우 빨리 가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라키난 

책과 밥을 주면 글을 씁니다. 고료도 좋아합니다.

거울에서 기사필진으로 주로 인터뷰 담당, SF도서관에서 행사와 판매 담당.

현재는 평화로운 일개 취업자를 간절히 지망.

장래희망은 안락의자 탐정 타입의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