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는 전자책을 만들지 않을까? 못할까?



요즘은 전자책 관련해서 이야기를 할 때, 기술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잘 하지 않는다. 아니, 제목에 붙인 것처럼 못한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거다. 작년에 전자책 분야와 관련해서 출판사들에게 쓴소리를 조금 했더니, 그에 대한 보복 조치가 있었다. 진행하던 강의에서 사전 예고와 설명도 없이 밀려났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소문들이 주변에 돌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지금은 다시 강의에 복귀했고 소문에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의 입지는 갖추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조금이라도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하면 여지없이 물고 늘어지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최근에는 협박 메일까지 올 정도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전자책 업계에 관해서 이야기를 잘 하지 않게 ―못하게― 되었다. 즉 1차적으로는 주변 상황 때문에 관련 이야기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쪽에 가깝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본다면, 그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를 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이런 나의 개인적인 상황은 전자책에 관해서는 출판계와 닮아 있다. 

못하는가? 안 하는가?

이후 연재될 칼럼을 보면 알겠지만, 여러분은 이러한 판단을 내리는 데 다소 혼란을 겪을 것이다. 출판사는 전자책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많은 부분에서 안 한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고의적으로 전자책을 안 하려는 출판사들도 존재한다. 종이책에 비해서 매출과 수익이 상당히 적다든지, 전자책 독자들의 수요가 여전히 답보 상태라든지, 기술적인 문제가 많다는 등의 이유를 들면서 전자책을 안 하려고 한다. 물론 모두 어느 정도는 타당한 이유들이다. 하지만 내가 2년여 동안 강의를 진행해오면서 여러 출판사들을 만나 조악하나마 컨설팅을 하고 들은 바로는 고의적으로 전자책을 하지 않으려고 회피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야기를 나눈 상당수 출판사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전자책을 하지 못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들이 내세운 이유도 앞서 전자책을 하지 않으려는 출판사들과 동일하다.

이제 여러분들은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할 때 다소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언급했는지 깨달았을 것이다. 같은 이유를 가지고도 어떤 출판사들은 전자책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또 다른 출판사들은 못하고 있다. 1차적으로는 전자책을 만들고 팔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자책을 만들지도 못하고, 그래서 팔 전자책이 없기 때문에 팔지도 못하고 있다.

출판계 관계자가 아닌 독자들이라면 매우 의아하게 여길 것이다. 책을 만드는 걸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전자책에 관해서 정말로 그렇게도 모른다는 말인가? 그렇다. 정말 정직하게 말하자면 적어도 내가 아는 바로는 대한민국 출판계에서 전자책에 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지난 시간 여러 출판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내가 집중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그들은 자신이 모르는 점과 못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전자책이라는 두리뭉실한 큰 덩어리에 대해서 무지하다고만 생각할 뿐, 실상은 전자책이라는 걸 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앞으로 짝수호마다 실릴 이 칼럼에서는 세 가지 소주제를 통해, 이러한 무지 혹은 나태함에 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전자책을 만드는 주체인 출판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우선순위로 삼아서 선정한 소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살펴볼 주제는 전자책 제작에 관한 기술적인 인식 문제이다. 

전자책이라는 IT적인 아우라에 많은 출판인들이 경의 혹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전자책의 ‘전자’라는 단어에서 풍겨오는 이질적이고 알아듣기 힘들다는, 전문가만 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 선입견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이야기할 것은 불법 복사에 대한 두려움이다.

전자책은 불법 복사 문제를 야기할 것이고, 이는 출판계에 큰 데미지를 준다는 생각이다. 칼럼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현재 토렌토나 웹하드에 불법으로 도는 스캔본 이미지 혹은 PDF본들이 종이책을 스캔하고, 화소 높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해서 올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무시하는 데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본다. 종이책이라고 해서 불법복사에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현상을 직시하지 않고 좋을 대로 내리는 결론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세속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할 것이다. 

바로 매출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자책의 매출이 아직은 종이책에 비해서 적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종이책만큼의 인프라와 마케팅 지원 등이 없고, 신간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전자책의 매출이  작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과연 옳을까? 이 칼럼의 마지막에는 바로 그러한, 보통 하는 생각과는 조금 다른 판매 상황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이 기획 칼럼 연재가 끝났을 때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이다. 출판사가 왜 전자책을 만들지 않거나 못하는지 독자 분들이 의문을 가질 시간 1분! 




이광희

『Epub 전자책 제작 테크닉』저자. 도서출판길벗의 전자책 기획및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전자책으로 언젠가 단편 영화, 인디 밴드 음반, 소규모 교육용 게임을 서비스할 거라는 소박한 꿈을 하나 가지고 있다.

앞으로 on 우주 짝수호마다 "이광희의 전자책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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