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전자책 매출의 미비함에 대한 실망


“요즘 한 달에 10만 원 정도는 버세요?”
얼마 전 한 출판 세미나에서 모 영업 담당자 분이 나에게 농담처럼 던진 한 마디였다. 그 말을 던지는 얼굴에는 비웃음이 역력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도 전자책 한두 권 내봤는데, 매출이 10만원도 채 안 나와서 담당자가 얼굴을 들지 못해요.”
비웃음이든 아니든 간에 상당수 출판사들은 전자책 매출이 매우 적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도 위에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처럼 처참할 정도로 작은 숫자를 기록하면서.

앞서 우리는 출판사가 기술적인 장벽 때문에, 그리고 불법 복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전자책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확인했다. 출판사가 전자책을 만들지 못하는 세 번째 이유. 그리고 어쩌면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큰 이유를 이번 기회에 글로 옮기며, 이 졸문의 연속을 마치고자 한다.

세상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돈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이루어진다. 아무리 문화 산업의 첨병이자 시대의 양심 같은 고상한 언어를 가져다 붙이더라도, 출판산업 역시 돈이라는 최종 결과물을 내야만 하는 산업이라는 범주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물론, 고매한 인격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사장님들은 아니라고 말씀들을 하시겠지만) 그렇기에 어쩌면 당연하게도 많은 출판사들이 단기적으로 매출이 미비하게 나온 것을 이유로 들어, 중도에 전자책 개발과 판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책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으니, 당연히 으레 전자책은 안 되는 걸로 생각하는 것이다. 
전자책 매출의 미비점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외적인 부분을 언급한다. 한국의 독서 인구가 매우 적고, 그보다 더 적은 전자책 독서 인구는 당연히 더 쪼그라드는 형국이라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지, 책을 읽겠느냐고. 나는 이 말들을 모두 부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런 외부적인 요인 외에 출판계 내부의 문제, 즉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과연 없는 걸까?
앞서 10만 원을 언급한 출판사에서 내놓은 전자책은 내가 알기로는 작년 기준으로 총 5권이었다. 흔히 출판사는 지금까지 출간한 종수, 즉 백리스트로 이야기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전자책 분야에서 달랑 5권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다. 처음 내가 길벗출판사에 입사했던 2010년도에는 20권 정도의 전자책을 제작했다. 그 당시의 매출은 저 위에 언급한 숫자의 몇 배였다.(사실, 그것도 큰돈은 아니었지만) 책의 내용과 퀄리티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시장에 내놓은 상품의 가짓수가 적다면 매출이 적은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현재 길벗은 400종이 넘는 전자책(2013년부터는 ePub3제작)을 보유하고 있다. 매출은 이미 억 단위에 들어선 지 한참이다. 결국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전자책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숫자가 기본적으로 받침이 되어야 매출을 낼 수 있다는 게 내가 얻은 결론이다.
앞서 언급했던 회사의 전자책 5종도 종이책으로 나왔던 신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전자책 전용의 기획으로 나왔던 도서들은 더욱더 아니었다. 최소한 2~3년 전에 나왔던 책이었고, 5년이 훨씬 지난 책도 목록에 있었다. 자신들이 출간한 책이 시대를 뛰어넘는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정보성 유통기간이 지난 책들을 단지 전자책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팔릴 거라는 생각은 조금 순진한 게 아니었을까? 오히려 이렇게 오래된 책을 전자책으로 구입해주신 얼마 안 되는 독자분들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구간을 전자책으로 만들려는 생각은 지난번에 언급한 불법 복사에 대한 두려움도 한몫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복사로 인한 매출 타격이 적을 거라고 보기에 시일이 지난 책을 전자책으로 만든다는 발상이다. 그런데 출판사 내부에서도 상대적으로 가치를 낮게 보는 책들을 과연 독자들이 선택해줄까? 길벗출판사에서는 2013년에 종이책 신간 도서의 약 50퍼센트를 전자책으로 제작해서 공급하고 있다. 유아 학습지 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출간된 성인 단행본 거의 대부분을 전자책으로 제작해서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그에 따라서 매출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만약 전자책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위에 언급한 두 가지를 한 번 살펴보길 바란다. 해당 출판사에서 출간된 전자책의 총 종수는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신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마지막으로 전자책 매출이 적은 이유로는 품질 문제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전자책을 보여주는 뷰어 프로그램들과도 연관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출판사에서 전자책을 제작하는 데 얼마나 공을 들이는가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앞서 연재한 글에서 나는 출판사가 전자책에 대한 기술적인 배경 지식이 부족하고, 인력 채용, 제작비 등을 잘 투자하지 않는다는 걸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상당수 출판사들의 전자책 종수가 적은 건 물론이거니와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히 독자들은 메모장 수준 정도의 전자책을 외면하고, 이로 인해서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것
이다.

아래의 인터넷 링크 주소는 작년에 내가 디자인해서 제작한 『에지 애니메이션 CC 무작정 따라하기』이다
https://play.google.com/store/books/details?id=8TaFAgAAQBAJ

가격이 다소 비쌀 수도,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어려움 때문에라도 구입이 망설여질 수도 있겠지만, 큰 맘먹고 한 번 질러 보길 바란다.
적어도 당신이 아직 책을 사랑하고 이 업계에서 더 오래 살아남고자 한다면, 전자책이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가치를 느끼는 데 16800원은 결코 큰돈이 아니다.
출판사를 창업하려면 적어도 10권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예비 원고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서 그 종수가 더 늘어났지만, 이 말은 역시나 출판사가 가지는 백리스트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자책 역시 의미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종수가 필요하다. 길벗출판사처럼 실용서를 내는 곳에서는 적어도 100권 정도는 되어야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량만큼이나 중요한 점은, 독자분들에게 종이책보다는 품질이 떨어져 보인다는 말은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책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냉소적인 평가를 하시거나 실망하시는 출판계 관계자 분들께 나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전자책을 책으로 보고 계셨었는지요?”



이광희

『Epub 전자책 제작 테크닉』 저자. 도서출판길벗의 전자책 기획및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전자책으로 언젠가 단편 영화, 인디 밴드 음반, 소규모 교육용 게임을 서비스할 거라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on 우주 짝수호마다 “이광희의 전자책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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