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10호 소식지

소설 on우주 :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지" (DCDC)

온우주출판사 2014. 8. 25. 15:21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지

“소통에 오해가 있었을 뿐이다. 곧 잘 될 거다.”






 대통령은 변기 위에 앉았다. 오랜만의 일이다. 하루 네 시간 수면에도 쓸데없이 일을 벌여놓는 탓에 화장실 들를 짬이 없기도 하였거니와, 딱히 변의가 일지도 않았던 탓이다. 그랬던 대통령이 이렇게 화장실에 행차한 이유는 단 하나. 채변 검사 때문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그는 변의가 있을 때에만 화장실에 갔다. 학창시절 몰래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도, 상사에게 혼나 울기 위해서도, 괜스레 손이라도 씻는 척 친구끼리 뒷담화를 하기 위해서도 가지 않았다. 오로지 변의만을 위해서였다. 대통령의 항문이 딱히 실용적이었던 탓은 아니다. 담배를 숨어 핀 적이 없었고 아첨으로 권력자들의 비호를 받았으며 뒷담화를 할 만한 사람들에겐 직설적으로 욕설을 뱉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친구가 없었다. 언제나 그랬다.

 생각해보니 이번이 관저 대통령 전용 화장실 변기 위에 처음으로 앉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이 위에 전임 대통령의 엉덩이가 걸쳐졌을 것이 떠올라 기분이 나빠졌다. 이번만 일을 치르고 변기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5개월 만에 변기 위에 앉은 것도 모두 다 전임 대통령 탓이겠거니, 분노의 목표를 정했다. 속이 시원해졌다. 이제는 그가 대통령이니까. 전임 대통령이 앉은 변기도 갈아치울 수 있으니까. 이렇게 변이 나오지 않는 것도 다 전임 대통령 탓임을 확신했다.

 아무튼 변을 봐야 했다. 주치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곧 여당 대표와 테니스를 칠 약속을 잡아놓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꼭 더블 폴트 없이 이겨야지 다짐했다. 대통령은 더블 폴트만 없으면 딱히 실점한 적이 없었다. 그와 게임을 하는 사람들 중 감히 그를 이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통령이 그 사실을 깨달을 리 없었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그는 뭐라도 긁어내야겠다는 생각에 항문에 손가락을 콱 찔러 넣었다. 그 순간 항문이 불을 뿜었다.

“씨발, 똥이 안 나온다고 똥을 항문에서 긁어내는 미친놈이 어디 있냐!”

 대통령의 항문은 대통령에게 꽤 구체적인 욕설로 들리는 방귀를 뀌었다.



 대통령의 항문이 말을 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방귀로 말을 하는 것은 인류사에서 흔히 찾기 힘든 일이었다. -다른 사례로는 오프라 윈프리 사건이 있다- 항문이 내뿜는 소리는 분명 방귀였다. 뿡. 뿡. 뿡뿡. 뿡뿡뿡? 뿡뿡뿡. 하지만 동시에 말이기도 하였다. 대통령의 방귀소리는 누군가와의 의사전달에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 오히려 대통령의 듣기 짜증 나는 쉰 목소리보다 더 깔끔하고 명쾌한 소리였다.

 곧바로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회의주제는 물론 대통령의 방귀였다. 여당 대표들과 관료들이 모여 대통령의 방귀소리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이라기보다는 대통령이 하는 이야기의 받아쓰기에 가까웠지만. 그 나라의 언어로, 그것도 유창한 솜씨로 문법 발음 문제없이 논리적 단계를 밟아가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항문에 관한 대처는 부동산 규제는 풀고 상속세는 내리고 환율은 대충 조정하는 척하면서 비자금으로 환투기하고 공기업은 사기업화하고 언론은 장악하는 방향으로 간단히 결정되었다.

 어차피 대통령 당선 후 수백 번은 치른 회의의 결론은 모두 같았다. 각 각료들은 대통령을 칭송하고 자화자찬을 몇 번 한 후 전임 대통령에 대한 욕을 한 후 야당의 무능에 대해 비판을 몇 번 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대통령은 각료들을 돌려보낸 후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을 느꼈다. 무엇일까. 무엇일까. 왜 이리 심란할까.

“이 찌질아! 항문이 말하니까 회의 열었지, 언제 늬들 배때기 채울 회의 열자 그랬냐!”

 대통령은 자신의 항문이 계속해서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에 심기가 좋지 않았다. 특히나 자신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 싫었다. 나는 똑똑하고 일도 잘하고 근면성실한데 항문이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하며 열이 올랐다. 항문을 한대 내려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자기가 아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내리치지 않아도 자기를 믿고 따르리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겠는가? 전임 대통령?

“소통에 오해가 있었을 뿐이다. 곧 잘 될 거다.”

 대통령의 답변을 들은 항문은 미친 듯 방귀를 뀌어댔다. 한심하고 답답했던 탓이다. 그 방귀소리가 얼마나 크고 요란하고 소란스럽게 반복되었는지 관저 창문들이 전부 흔들릴 정도였다. 대통령은 가스가 떨어지면 항문도 조용해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귀를 막고 의자에 앉았다. 과연, 귀를 막으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군. 대통령은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혹시 자기는 천재가 아닐까, 아니 천재가 분명한 것 같다 그렇게까지 생각이 미치자 대통령은 흐뭇한 듯 미소를 지었다.

“각하! 괜찮으십니까?!”
“테러입니까? 테러범! 테러범!”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었다. 커다란 방귀소리를 테러 소리로 착각해 대통령을 찾아온 것이었다. 대통령은 귀를 막고 있느라 그 둘의 말을 듣지 못했다. 다만 무슨 일이기에 이리 소란을 떠는 거냐 싶어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비서실장은 아무리 큰 소리를 외쳐도 대통령이 귀를 막고 있는 것이 이상했다. 경호실장은 대통령이 귀를 막고 있으면 더 크게 외치면 된다는 듯 테러입니까, 테러입니까 고함을 멈추지 않았다. 보다 못한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손을 귀에서 잡아떼었다.

“각하, 저희 이야기는 들어주셔야지요!”
“아 그렇지. 으허허허.”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은 이 소리가 대통령의 방귀소리라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이것이 인간의 방귀소리란 말인가. 대통령의 항문은 지친 나머지 우레 같은 방귀를 멈추었다. 흔들리던 창문들도 곧 멈추었다. 갑작스레 정적이 찾아들었다. 경호실장은 각하는 속이 얼마나 깨끗하신지 이렇게 방귀를 뀌셔도 냄새가 나지 않을까 하며 감탄했다. 사실은 대통령 입냄새가 방귀냄새보다 심했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었지만. 비서실장은 이 틈을 타 항문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저...각하의 항문님? 뭐가 불만이시지요?”

 항문은 점잖게 대답했다.

“대통령의 사보타지가 불만이다.”
“각하께서 무슨 사보타지를 하셨다는 것입니까?”

 대통령은 궁금했다. 사보타지가 뭐지. 경호실장을 바라보았다. 경호실장은 해맑은 미소를 대통령께 보여드렸다. 그 미소는 대통령이 방귀를 뀌고 싶게 만들었다. 대통령은 불편해진 속을 다스리며 경호실장에게 속삭였다. ‘이봐. 사보타지가 뭐지?’ 경호실장은 계면쩍게 웃으며 속삭였다. ‘전 팝송은 듣지 않습니다.’

“사보타지는 일종의 태업을 말합니다. 노동쟁의의 일환으로 태만하게 일하면서 능률을 저하시키는 것이지요. 공장 기계나 제품을 고의적으로 망가뜨리는 것까지 포함되니 단순 태업은 아닙니다마는.”

 대통령은 화가 났다. 회의시간마다 딴생각하고 몰래 졸고 인터넷으로 포르노 사진 검색하는 것으로 때우기는 하지만 언제나 성실히 회의에 나갔기 때문이다. 무슨 태업을 말하는 거냐. 그리고 내가 태업을 하든 말든 왜 내 항문이 나한테 화를 내냐. 아니, 누가 감히 나한테 화를 내냐. 대통령은 역정을 내며 항문에게 나는 태만하게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외쳤다.

“아니다. 대통령 너는 사보타지를 했다.”
“사보타지? 뭐에 대한?”
“나에 대한.”
“내가?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은 것? 그건 공무를 수행 하느라 바빠서 그렇지.”
“아니다.”
“그럼 뭐!”
“왜 멀쩡한 항문은 냅두고 입으로 똥을 싸느냐? 이는 항문에 대한 사보타지다.”

 내가 입으로 똥을 싼다고? 대통령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바라보았다. 비서실장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경호실장은 예의 그 속 거북하게 만드는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너는 5개월 동안 단 한 번도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지 않은 것에 의구심을 갖지 않는 것이냐? 이게 다 니가 내가 쌀 똥을 몽땅 다 입으로 쏟아내니까 내가 똥을 싸고 싶어도 못 싸는 것 아니냐?”

 뭐야? 전임 대통령 때문이 아니었나? 대통령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쨌든 항문과 꽤 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는 듯싶었다. 대통령은 항문과 직접 대화를 하기 위해 바지와 속옷을 벗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눈에 대통령의 항문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대통령은 깜짝 놀랐다.

“야! 항문은 없고 왜 좆이 있냐?!”
“각하! 괜찮으십니까?!”
“이 새끼야 항문이 뒤에 달렸지 앞에 달렸냐?!”

 항문은 미칠 지경이 되었다. 바보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대통령은 항문에게 들키지 않게 경호실장에게 속삭였다. ‘야. 앞이 좆이야?’ 경호실장은 급히 바지를 내리고 아래를 내려 보았다. 좆이었다. ‘네, 좆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각하. 좆이 앞에 있다고 항문이 뒤에 달렸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뒤로 돌아봐. 내가 봐줄게.’ ‘역시 각하!’ 정말이지. 역시 각하였다.



 경호실장의 등을 돌려 항문이 뒤에 있음을 확인한 후 대통령은 업무실 책상 위에 올라가 바지를 깠다. 그 다음 개처럼 엎드려 관료들에게 자신의 항문을 까보였다.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은 뚫어지게 대통령의 항문을 쳐다보았다. 대통령의 항문은 새빨갛고, 군데군데 심하게 헐어 있었다. 치질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보는 이라면 누구나 개탄할 만큼 헐어있는 항문이었다.

“너 새끼! 너 빨갱이지?! 왜 항문이 새빨개?!”
“에라, 그럼 항문이 시파란 새끼도 있냐?”

 경호실장의 질문에 항문은 어이가 없었다. 경호실장은 허를 찔린 듯 항문을 노려보았다. 저 새끼는 고도의 빨갱이군. 훈련받은 놈이 틀림없어. 경호실장은 확신했다. 경호실장을 한심한 듯 바라보던 비서실장은 반박할 점을 하나 발견했다. 분명 대통령의 이야기대로라면 대통령의 항문은 대통령 당선 이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그러나 어째서 이렇게 심하게 헐어있는 것일까?

“각하께서 입으로만 똥을 싼 것이 맞나? 그랬다면 왜 항문이 헐어계시지? 너 정치적 배후에 대해서 말해!”
“물타기 좀 작작해라. 그리고 내가 이렇게 헐어있는 건 늬들이 하도 핥아대니까 그렇지! 그리고 입으로만 똥을 싼 게 문제냐? 입으로 똥을 쌌다는 것 자체가 문제지! 그리고 살다살다 항문에 배후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비서실장은 부끄러워 답을 못했다. 그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그 사이 개처럼 엎드려 항문을 까고 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이 난국을 타개할만한 물건이 없나 뒤지고 있었다. 항문이 비서실장과 경호실장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린 사이, 자신의 항문을 처리할 음모를 짜고 있던 것이다. 이것저것 뒤진 결과, 대통령은 썩 괜찮은 물건을 발견했다.

“...그렇기에 나는 더 이상 너희들의 어리석은 태도를 보아 넘기기만 할 수 크업?!”
“으허허허!”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에게 설교를 늘어놓던 항문은 입을, 아니 항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커다란 딜도를 항문에 쑤셔 박은 것이다. 항문은 터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대통령은 크나큰 고통에도 폭소를 터뜨렸다. 항문이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못된 놈, 못된 놈, 감히 대통령에게 항문이 훈수를 둬?

 대통령은 항문에 꽂은 두꺼운 딜도를 살살 돌렸다. 그리고 보다 깊숙이 쑤셔 박아 넣었다. 항문과 장에 알싸한 고통과 쾌감이 번졌다. 스위치 온! 딜도는 전동음을 내며 빙빙빙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신이 났다.

“이놈! 이 못된 놈! 이 더러운 놈! 감히 나한테 설교를 해? 어떠냐? 좋지? 좋지? 딜도 하나 꽂아주면 좋아가지고 닥치고 있을 놈이 감히! 하나 더 쑤셔주랴? 이 더러운...커헉?!”

 대통령의 조롱은 얼마 가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고통이 그의 항문을 습격했기 때문이었다. 콰직. 콰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재차 작은 방귀가 새어나왔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일까, 대통령은 뒤를 돌아 각료들을 바라보았다. 그 둘은 경악에 가득 찬 눈빛으로 대통령의 항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통령의 항문이 그 커다란 딜도를 우걱우걱 씹어 먹은 것이다.



“나는 항문이다. 똥을 싸는 존재다. 이는 더러운 일이 아니다.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 똥을 싸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서 생물체는 무언가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언가를 먹는 이상 먹은 것을 소화하고 배출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항문임에 어떠한 실존적 아쉬움도 없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 나는 개탄한다.”
“항문이 똥을 싸는 존재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입은 다르다. 입이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시기도 하는 데 쓰는 존재라서만은 아니다. 입은 말을 하는 곳이다. 말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이다. 말을 하는 것이 바로 사람을 사람으로서 자리 잡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를 의도적으로 방기했다. 그가 하는 말은 말이 아니다. 똥이다. 앞뒤가 맞고 모순이 없어야 말인데 대통령은 그렇지가 않다. 그런 말은 말이 아니라 똥이다.”
“그렇다. 대통령은 입으로 똥을 싼다. 이는 엄연히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저버린 일임과 동시에 나 항문에 대한 명백한 사보타지다. 똥을 항문이 아닌 입으로만 싸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대통령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아랫사람들 모두에게 나를 핥게 한 것이다. 아니, 나를 핥은 사람만 자신의 아랫사람으로 만들었다. 대통령의 주변에는 대통령 항문 빠는 사람들밖에 없다. 나는 그들의 달콤한 말을 한다고 착각하며 독을 뿜어내는 혓바닥에 헐고 상처 입었다.”
“더욱이 대통령은 그들의 처사에 항의하는 나에게 사죄는커녕 30cm 딜도를 꽂아 넣었다. 아직도 얼얼하다. 사보타지다. 대통령은 CEO를 자처했으면서도 일은커녕 공장 기계나 때려 부수는 사보타지를 하고 있다. 나는 그를 처단할 것이다. 자신의 직무를 방기한 대통령을 처단할 것이다. 나는 지금 헐고 있다.”

 곳곳에서 플래쉬가 터졌다. 항문이 보도진을 불러 회담을 가진 것이다. 대통령은 여전히 책상 위에서 개처럼 엎드린 채 항문을 까고 있었고, 각 언론사의 사진기자들의 카메라는 대통령의 항문을 최대배율로 줌해서 찍었다. 기자들은 열심히 방귀소리를 옮겨 적었다. 공중파 방송 역시 대통령의 항문담화를 뉴스 메인으로 걸어 전국에 방송했다.

 이런 대대적 방송이 가능했던 것은 항문이 보도진을 불러 방송을 하지 않으면 씹어버린 딜도 조각을 위장까지 역류시키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어떤 진압부대도 대통령에게서 항문을 떼어낼 재주만은 갖지 못했다. 대통령은 동맹국 군대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지만 ‘항문 전문 병원 번호를 가르쳐드릴까요?’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항문은 기대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대통령이 계속해서 자신에 대한 사보타지를 하겠느냐고. 물론 착각이었다. 대통령은 엎드린 자세 그대로 기자들을 향해 입장을 표명했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항문에게 제가 할 도리를 다했습니다. 저는 항문과의 소통을 위해 지난 5개월간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30cm 딜도를 꽂아 넣는 것도 소통이냐?”
“그렇기는 했습니다만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오해입니다.”
“어떤 오해를 하면 그렇게 되냐? 도대체 뭐라는 거야? 딜도 넣음 그게 폭력이지 소통이냐?”
“폭력이긴 한데 폭력이 아닙니다.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 믿고 지켜봐 주십시오, 으허허.”

 기자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통령 담화를 받아 적었다. 지난 5개월 동안 대통령의 헛소리에 단련되고 또 단련된 덕분이다. 그들은 이제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항문은 자기가 아무리 방귀를 뀌어도 대통령이 입으로 똥 싸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항문이 분노의 방귀를 뀌려는 찰나, 저 바깥에서 경호실장이 뛰어들어왔다.

“받아라, 이 더러운 빨갱이 항문아!”

 촤아아아악! 굵고 강력한 물줄기가 방안을 가로질렀다. 그렇다. 경호실장이 비데를 항문에 쏜 것이다. 거센 물줄기가 대통령의 항문에 직사로 쏘아졌다. 항문은 물의 압력에 숨도 쉬지 못했다. 하도 여당, 언론, 관료들이 핥고 빨아댄 탓에 헐어있던 항문은 직사로 쏘아진 비데에 그만 피를 토하고 말았다. 항문은 잔방귀를 계속해서 뀌어댔다. 비데 물줄기가 독했다. 경호실장이 비데에 약을 타 놓았기 때문이었다. 항문은 기절했다.

 대통령의 항문이 약을 탄 비데에 맞아 기절하는 모습은 전국에 생중계로 방송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분노하는 국민은 분노했고 무시하는 국민은 무시했으며 대통령 항문을 핥는 국민은 항문을 핥았다. 개중에는 과연, 역시 대통령 각하의 항문은 주름이 많고 뚜렷한데다 털도 무성하니 보기가 매우 좋다며 감탄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폭력이 생중계되었음에도 언론의 물타기와 함구 때문에, 또 대통령이 이미 벌려놓은 큼지막한 골칫덩이들 때문에 나라는 새삼스레 조용했다.



 기절에서 깨어난 항문은 다시 기절하고 싶었다. 자신의 정당한 권리행사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으며 항문은 예전보다 더욱 크게 멍들었다. 항문은 인터넷을 뒤지며 -대통령이 바지를 까고 의자 앉는 부분에 얼굴을 박은 상태에서 항문을 모니터를 향해 올려놓는 고난이도의 체위를 함으로써 가능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보았지만 대형 커뮤니티의 사용자처럼 개인들, 시민들에 의해서만 회자되었지 주요 언론사에서 항문의 방귀는 씨알만큼도 다루지 않았다. 항문은 절망했다.

“으허허허. 다 그런 거다.”

 뿌엑, 뿌익, 뿌지지직, 괴상하고 소름 끼치는 방귀소리가 관저를 가득 메웠다. 대통령의 웃음에 항문은 미쳐버린 것이다. 항문은 더 이상 대통령이 입으로 똥을 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 고상하고 우아한 -그러니까, 대통령보다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항문의 섬세한 신경은 대통령 같은 희깔난 사이코패스를 견딜 수 없었다. 쀠익! 쀠이이익! 삐요요오옹! 항문의 방귀소리는 보다 더 끔찍한 것으로 변해갔다.

“닥쳐! 닥쳐! 먹어버릴 거야! 다 먹어버릴 거야!”

 항문은 더 이상 대통령이 입으로 똥 싸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고함을 질러대었다. 잔인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항문이 대통령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쮸우우웁, 쮸우웁, 쮸웁, 항문이 공기를 빨아들이자 대통령의 엉덩이가 항문에 빨려 들어갔다. 마치 공에 구멍 하나를 뚫어놓고 공을 그 구멍을 중심으로 뒤집으려는 것과 같았다. 미쳐버린 항문이 쉴 새 없이 빨아들인 탓에 대통령의 엉덩이 한 짝이 순식간에 항문에 빨려 들어갔다.

 탕! 탕! 탕!

 총성이 대통령 관저를 꿰뚫었다. 미친 항문의 방귀소리에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찾아왔고, 대통령의 엉덩이를 빨아먹는 항문을 본 경호실장이 각하의 항문에 총알 세 방을 박아 넣은 것이었다.

“흥, 더러운 빨갱이 항문놈. 더 이상 방귀를 뀌지 못하겠지. 각하, 괜찮으십니까? 항문은 제가 처리했습니다. 이젠 아무 걱정 마십시오.”

 경호실장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그는 대통령의 치하를 기다렸으나 대통령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애초에 항문에 총알이 세 방이나 박히고도 살아있을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대통령은 그만 숨지고 만 것이었다. 대통령은 개처럼 누워 항문을 까놓은 채 죽고 말았다. 임종의 순간 대통령은 입안 한가득 똥무더기를 물고 있었다. 그렇게 똥무더기를 문 입술 사이로 똥물이 줄줄 새어나오는 대통령의 얼굴은 어딘지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변이 있나...”

 비서실장은 탄식했다.